
이병철회장 20주기와 사업보국(事業報國)
19일 이병철 회장 20주기..'사업보국' 기치로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 삼성사태로 호암 20주기 빛바래..`조용하다` 못해 `초라하다`는 느낌도 호암 "신용이란 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삼성 위기 극복할지 주목
입력 : 2007.11.18 12:52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잘 알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다행히 나는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고 나의 갈 길이 사업보국(事業報國)에 있다는 신념에도 흔들림이 없다."
▲ 호암 이병철 회장.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말이다. 호암은 1976년 11월 전경련 회보에 '나의 경영론'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나의 갈길은 사업보국에 있다"라고 밝혔다. 지금은 '사업보국'이 호암의 기업가 정신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사용되고 있다. 호암은 '선도적인 기술혁신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고 수출과 고용과 소득을 늘리며 경영합리화로 잉여를 많이 올려 기업확장의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기업인의 본분이며 사회적 의무라고 밝혔다. 사업보국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호암은 1938년 일제치하의 암흑기에 사업에 뛰어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을 창업하고 육성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가난과 고난의 시대를 살았기 때문인지 그는 '사업보국'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호암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지 19일자로 20주년이 된다. 한국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으로선 떠들석하게 추모행사를 치를 만도 하다. 하지만 삼성은 '비자금 로비' 의혹으로 어수선한 주변 분위기를 감안해 '조용한' 추모식을 갖기로 했다. 지난 10주기 때만 해도 1000여명의 각계 각층 인사가 고(故)이병철 회장의 호를 딴 '호암아트홀'에 모여 별도의 추모행사를 가졌다. 올해는 가족과 친척, 회사 관계자, 고인과 가까웠던 일부 지인 등 250명 정도가 호암 묘소에서 간단한 추도식을 갖는다. 호암의 20주기는 삼성사태와 맞물려 '조용함'을 떠나 '초라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호암이 걸어온 발자취 만큼은 지울 수 없다. 호암은 1910년 2월 12일 경남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1987년 11월19일 지병인 폐암으로 77세를 일기로 타계할 때까지 한국 산업史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故 이병철 회장은 1930년대 일본 유학생활을 중도에 그만두고 귀국해 수년간의 고민과 사색 끝에 '일제 식민지하에서 민족경제의 건설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에 투신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호암은 마산에서 정미업, 운수업, 부동산업 등을 하며 사업경험을 쌓았고, 1938년 3월 대구시 수동에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삼성상회는 대구 근교에서 수집한 청과물과 포항 등지에서 들여온 건어물을 중국과 만주에 수출하는 일종의 무역일을 했다. 호암은 본격적인 무역업에 뛰어들기 위해 1948년 11월 서울 종로2가 영보빌딩 근처의 2층 건물에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했다. 이후 삼성은 식품, 섬유사업, 중화학공업, 반도체산업 등에 뛰어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2001년 세상을 떠난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호암은 자신의 치밀한 판단력과 혜안으로 삼성이라는 대그룹을 일구었으며, 오늘날 삼성이 한국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놓았다"고 회고했다. 아산은 또 "호암은 성공을 위한 치열한 승부근성을 갖고 자신의 단점을 되짚어 스스로 고쳐가며 성공의 길을 현실화시켜 나갔다"며 "삼성이 걸어 왔던, 말만큼 쉽지 않았던 그 길의 한 가운데에는 바로 호암이 있었다"고 밝혔다. 예컨대 "반도체사업에 삼성이 진출하였을 때 누구도 이 사업이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단기간에 반도체가 성공하기까지는 중간의 고비에서 (호암이) 자신의 장, 단점을 살펴 단점을 극복하여 성공을 현실화 시켜왔던 역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은 호암이 만들어 놓은 발판으로, 이건희 회장 취임이후 지난 2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호암 타계후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 삼성그룹의 자산은 작년말 261조원으로 23배나 늘었고, 삼성의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 수출은 한국수출의 21%나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삼성은 호암 타계 20주년인 올해 최대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로비 의혹'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폭로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사업보국'을 기치로 한국경제 발전에 일조했다고 자부하는 삼성으로선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호암은 생전에 "장기적인 사업에 있어서는 신용이 제일이고, 신용이란 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다름없다"면서도 "신용만큼 잃기 쉬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호암 타계 20주년과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삼성이 '비자금 로비' 의혹을 극복하고 한국 대표기업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계속 이어갈지 주목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