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혼의 사랑’이 더 아름답다
치매 남편위해 은퇴한 美대법관 ‘순애보’ 화제 “새 연인 생긴 남편이 행복하다면 나도 기쁘다”
▲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미 연방대법관‘노년의 사랑(old love·묵은 사랑이란 뜻도 된다),
그만큼 값진 것은 없다.
’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를 앓는 남편을 간병하기 위해 은퇴했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O’Connor·77) 전 미 연방대법관의 ‘순애보’가 알려지면서 ‘황혼의 사랑’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오코너 전 대법관의 아들이 최근 한 TV에서 전한 부부의 사연은 이랬다.
오코너는 17년째 투병 중인 남편(77)을 돌보기 위해 작년 법복을 벗었다.
하지만 남편은 55년 해로한 아내를 두고 요양원의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놀라운 것은 오코너 전 대법관의 반응.
“엄마는 아빠가 평안을 찾고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기뻐했을 뿐 불평하지 않았다”고 아들은 전했다.
노년의 사랑은 그동안 청춘의 사랑에 가려 있었다.
가요와 영화, 문학은 온통 청춘의 사랑을 말했고, 노년의 사랑은 ‘추잡한 노인네’ ‘늙은 요부(妖婦)’란 표현에서 보듯 거북하거나 꺼림칙한 것인 양 내몰렸다 .
하지만 수명이 늘고 성에 보다 개방적인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를 먹으면서 은발의 사랑은 무시할 수 없는 ‘현상’으로 떠올랐다.
학자들은 노년의 사랑이 청춘기의 사랑보다 더 만족스럽다고도 한다.
“젊은 시절 사랑은 자기 행복을 위한 것이지만 황혼의 사랑은 다른 누군가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이라고 심리학자 매리 파이퍼(Pipher)는 말한다.
스탠퍼드대 장수연구소의 로라 카스텐슨(Carstensen) 소장은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며 “그 과정에서 경험들은 더 소중해지고 풍성해진다”고 진단했다.
과학자들은 뇌 단층사진까지 제시한다.
젊은층은 부정적인 장면에 민감하고 감정의 극단을 오가지만, 노년층은 긍정적인 장면에 반응하고 감정 기복에도 더 잘 대처한다.
뇌는 또 나이가 들면서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행복을 더 잘 느끼게 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청춘의 사랑만 예찬할 게 아니라 노년의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파이퍼 박사는 “서로를 위해 헌신하고 공동의 선을 위해 일하는 문화를 원한다면 나이든 이들의 사연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 : 2007.11.20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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