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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6일 화요일

아버지의 지게

   🍒 아버지의 지게

지게 작대기로 사셨던 아버지 
가끔은 그 메마른 모습에 기가 질려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리라
봄버들처럼 나긋나긋 살리라 했었다

이제 아버지는 별 하나로 떠 있고
나는 아버지를 닮은 아들을 키운다

아들은 종종 아버지에게 보였던
어린 시절 내 눈빛을 보이곤 하는데
그럴 때면 곤두박질치는 유성처럼
아찔하게 스러지는 아픔을 안는다

나 역시 작대기로 굳어버린 것일까
한평생을 빛난 적이 없었던 분
그러니 하늘 저 뒤편에 계시겠지
아버지가 그랬듯 나도 보름달
저 탈출구를 지나 그 세상에 가면
허탈한 표정이라도 반겨 주실까

뒷동산 할미꽃처럼 고개를 떨구다
바라보는 달은 차갑기만 한데
한 짐 단단하게 짊어진 아버지가
얼음 달을 조각내고 걸어 나온다

썩은 나무 고자배기가 아닌
일렁이는 파도의 버들 짐을 지고서

언제였던가, 슬그머니
도망쳐 버린 봄버들, 아버지에게
붙들려온 녀석이 파란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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